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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깨달음

사회초년생 일기: 인정받는 것에서 자유로워지기

by 푸릇새싹 2020. 7. 19.

 

 

회사에 들어온지 6개월, 팀에 배속된지 3개월이 지났다.

 

3개월이라 적고보니 굉장히 짧은 시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명 내 인생 그 어떤 3개월보다 많은 걸 느낀 시간이었다.

 

3년, 30년이 될지 모를 회사생활에 앞서,
지금까지 느낀점을 토대로 조직생활에 대한 단상을 풀어내봤다.


인정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처음 


처음에는 무작정 열심히 했다.

보이는 사람마다 고개숙여 인사하고

퇴근하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시키는 일이 있으면 완벽하게 해내려 애썼다.

시간이 부족하면 주말을 할애해서라도 해냈다.

 

 

 

         사수가 하는 말은 모두 받아적고 수시로 읽는건 기본 옵션이었다.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이 모든 게 인정받기 위해서였다.

 

내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건 존재가치를 증명해내지 못한 것이며,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자격상실이자 실패를 의미했다.

 

 

사실 신입사원으로서 그 인정들은 내 노력, 능력에 대한 게 아니었다.

업무에 대한 지식과 역량이 없는 신입사원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건 행실과 태도 뿐이다. 그래서 그걸로 인정받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 행실과 태도는 꾸며질 수 있다.

상사들이 어떻게 '보이는' 사람을 좋아하는지만 알면

나라는 사람을 거기에 맞춰 인정받을 수 있다.

 

 

보수적인 조직에서 성실하고 우직한 모범생 스타일의 뉴페이스는 언제나 환영받는다는 것을 학교생활과 알바를 하며 깨닫았다. 그래서 나는 모범생을 연기했다. 학창시절 그 이력이 있기에 크게 어렵진 않았다.

그렇게 꾸며진 이미지로 인정받았기에 인정이 담긴 평가에도 큰 기쁨은 없었다.

 

내가 보여준 태도와 행실 또한 노력의 결과이다.

하지만 이는 나를 조직의 입맛에 맞춰낸 결과이기에

이런 인정을 이어가려면 앞으로도 나의 성격, 외관을 감춰야만 했다.

그걸 알기에 오히려 점점 답답해졌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회사에서의 삶은 더 중요해진다


비슷한 맥락으로 회식을 앞두고 친구에게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다.

"술을 못마셔도 분위기 상 맞춰서 좀 먹어야 하나?"

친구 曰 "그걸로 그렇게 고민하는 걸 보니 회사에서의 삶,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한테 굉장히 중요한가 보다"

 

친구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게 왜 중요한가?

왜 싫으면서도 조직에 맞추려고 노력하는가?

 

 

 

 

 

회사가 그만큼 내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회사 밖에서의 삶의 비중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랬다.

어릴때부터 회사생활에 로망이 있었고 

긴 취준생활 끝에 어렵게 들어간 회사였다.  

나에게 이 회사에서의 생활은 중요했다.

그래서 퇴근을 하고도  '어떻게 하면 회사생활을 잘할까'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회사 밖으로 나다니며 회사 안에서 초연해지기

 

그랬던 나였지만 회사 밖에서 보내는 시간과 에너지가 늘어나며 점점 변해갔다.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경제, 경영을 공부했고

퀀트라는 존재를 알게 되면서 코딩과 데이터 분석을 다시 시작했다.

 

 

 

 

금융에 대한 기본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구입한 <금융시장론>, 전설적인 투자자 레이달리오의 <원칙>, 퀀트에 관심을 갖고 수강한 Class101 강의 

 

 

 

그러면서 회사 밖에서의 portion이 늘어났다.

그렇게 회사에서의 인정은 점점 관심밖의 일이 되어갔다.

내가 주도적으로 하는 공부, 준비 중인 투자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몰두되었다.

거기에서 가치를 찾았다.

 

물론 조직의 뜻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같거나

소속감과 애정이 강한 조직이라면 해당 조직에서 인정받는 게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회사 안에서 가치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난 내가 소속된 조직의 뜻이 나와 같지 않다는 걸 점점 눈과 귀로 알아가고 있기에 해당사항이 없었다.

 


스스로 가치 높이며 인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자기 스스로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면 남에 의한 인정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나는 회사 밖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며 조직이나 남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에서 점점 더 자유로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 나는 점점 더 회사 밖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스스로 가치를 높여갈 것이다.

물론 남에게 피해주는 걸 어떤 것보다 싫어하기에 회사 안에서도 문제가 생기게 하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인정을 바라고 희생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이게 내가 고민한 결과이자 앞으로 내 회사생활의 지침이다.

 

(뭐 물론 몇 년, 빠르면 몇달이 지나서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새로운 걸 느낄 수도 있겠지? 그건 그때 또 기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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