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사회 이야기

넘치는 에너지를 역이용하라

by 푸릇새싹 2020. 4. 15.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요즘, 거리에는 벚꽃이 만개하여 눈이 부시다. 필자도 꽃 내음에 몸이 근질근질하여 오랜만에 바람을 쐬고자 한강공원 나들이에 나섰다. 하지만 이게 웬걸. 한강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가 운영을 중단하고 공영주차장은 폐쇄된 것이 아닌가? 어떻게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게 하려는 민관의 노력이 여기저기 보이는 대목이었다. 그들의 노력에 나 또한 다시금 경각심을 갖고 외출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 켠에는 '이제 잠잠해졌는데 나 하나쯤은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주말 내내 엉덩이가 들썩들썩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이런 갈등은 개인의 내면을 넘어 사회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달간 코로나 블루(Corona Blue)로 고생한 나에게 선물을 주듯 지난 주말 여의도에는 꽃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가득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그렇게 거리에 북적이는 사람을 보며 시민의식이 부족하다며 혀를 차고 비난을 가하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인식차이는 세대간에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막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에도 강남의 클럽과 술집은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거리에는 마스크도 끼지 않은 젊은이들이 가득했다. 이를 보다 못한 어른들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지난 두 달간 5만여건의 민원을 넣었고 결국 대다수의 클럽이 운영을 중단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방법을 찾을것이다'라는 말을 실천하듯 젊은이들은 그렇다고 집에만 있지 않았다. 클럽과 비슷하지만 다른 유형의 사업장으로 분류되어 문을 열고 있는 헌팅포차술집으로 다들 모였다. 

 

청년들이 유독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지 않는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지목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들의 연대의식의 부족을 꼽으며 'Z세대는 개인주의가 강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에 공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갖고 있는 자신의 건강에 대한 과신도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낮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치사율과 주요 사망자의 대다수가 노년층이라는 점이 청년들에게는 두려움을 주지 못한 것이다. 

필자도 위에서 제시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어느정도 동감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청년들이 가진 에너지가 본 현상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2-30대는 인생에서 에너지가 가장 넘칠 때다. 평소라면 넘치는 에너지를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거나 친구들과 여가활동을 즐기며 해소했겠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반 시설들이 모두 운영을 중단한 상태로 에너지를 발산할 장소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결국 발산되지 않은 에너지의 종착지가 클럽과 헌팅포차술집에서의 유희활동으로 종결되는 것이다.

 

그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탓할 순 없다. 민관은 오히려 이런 에너지가 좀 더 생산적인 곳에 사용되도록 청년들을 유도하고 협력해야 한다. 청년들이 보다 건강한 신체를 이용하여 지금과 같은 위기의 상황에서 방역이나 의료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한다면 위기 상황은 더 효과적으로 타개될 것이다. 정부가 적절한 유도책을 마련한다면 분명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전 국가적인 비상사태로 세대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갈등 속에서도 어찌 되었든 전 세대는 몸통과 다리처럼 한 몸으로 함께 설 수 밖에 없다. 한 몸이 된 이상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서로 호흡을 맞출 때 우리는 속도를 붙여 지금보다 더 멀리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반응형